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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손모터스 오태옥 대표···48년 자동차 정비 인생과 오뚝이 인생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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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8.31 00:26
사진=용인시 신갈에 위치한 비손모터스 오태옥 대표
 
 
〔인물&인터뷰〕
 
 
정비소에 왔는데 미술관에 온 것 같다고요? 그 말을 들으면 보람 있죠
 
경기도 용인시 신갈에 위치한 비손모터스 2층에 들어서면 잠시 이곳이 자동차 정비공장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자동차 정비소라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기름 냄새와 기계음 대신 벽면을 채운 작품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정비공장 2층에 마련된 공간에는 한국 화단의 거장 해산(海山) 최수식 화백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고, 차량 정비를 기다리는 고객들은 이곳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이 독특한 공간을 만든 사람은 48년째 자동차 정비 한길을 걸어온 오태옥 비손모터스 대표다. 1979년 자동차 정비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국내 현장은 물론 세계 17개국을 다니며 정비 기술을 전했고,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정비 기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2006년 사업 과정에서 큰 시련을 겪으면서 그동안 일궈온 재산을 잃고 채무와 절망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그 시련을 지나 다시 사업을 일으켰고, 이제는 자동차 정비라는 본업을 바탕으로 친환경 기술 개발과 사회봉사, 문화공간 조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열린 제24회 대한민국 환경문화대상에서 환경문화봉사대상을 받은 것도 그동안 이어온 환경과 봉사활동에 대한 평가였다.
 
48년의 자동차 정비 인생 속에서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한 오태옥 대표를 만나 그의 삶과 사업, 그리고 기업이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정비공장 2층에 들어서니 일반적인 정비소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이렇게 특별한 공간을 만든 이유는?
오태옥 대표
“제가 정비업을 오래 하다 보니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습니다. 자동차를 맡기고 정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사실 즐거운 일은 아니잖아요. 정비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차량에 따라서는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고객에게 무조건 기다리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좋은 시간으로 만들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화공간을 만들게 됐고, 차량을 맡기러 오신 분들이 그림을 보면서 잠시 쉬어가고 마음의 여유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공간을 꾸몄습니다.
 
Q. 자동차 정비소와 미술작품의 조합이 상당히 이례적인데요. 주변의 반응은 ?
오태옥 대표
“처음에는 주변에서도 ‘정비공장에 왜 그림을 갖다 놓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정비업을 해왔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비공장의 모습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꼭 정비공장이라고 해서 기름 냄새와 기계음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라면 고객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차량을 맡기고 기다리는 시간도 서비스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고객분들이 이곳에 와서 “정비소에 차를 맡기러 왔는데 미술관에 온 것 같다,고 말씀하실 때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이 공간을 만든 이유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정비업도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Q. 얘기를 들어보면 오 대표께서는 자동차 정비를 단순히 차량을 고치는 기술로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오태옥 대표
“그렇습니다. 제가 48년 동안 정비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자동차 기술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자동차는 고장 난 부분을 찾아 원인을 분석하고 고치면 되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자신의 자동차를 저희에게 맡긴다는 것은 결국 저희를 믿는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정비를 정확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에게 현재 차량 상태가 어떤지, 무엇을 수리해야 하는지 정직하게 설명하는 것도 기술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오래가는 기업은 고객에게 신뢰를 얻는 기업이고, 그 신뢰가 쌓이면 기업의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Q. 대표님은 1979년부터 자동차 정비를 시작하셨으니 올해로 48년째입니다. 한 분야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오태옥 대표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긴 시간입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일할 때는 48년이라는 시간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고장 난 자동차를 고치고, 내일 또 다른 자동차를 고치면서 하루하루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4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무엇보다 기술을 배우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자동차 구조를 이해하고 고장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며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정비 기술을 갖추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에도 나가게 됐고, 세계 17개국을 다니면서 자동차 정비 기술을 접하고 또 제가 가진 기술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Q. 특히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정비 기사로 활동한 경험은 일반적인 정비 기술자와는 다른 특별한 이력인데 한 마디 하자면?
오태옥 대표
“남극은 일반적인 환경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자동차나 장비가 고장 난다고 해서 우리가 평소처럼 가까운 정비업체에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에서는 현장에 있는 기술자가 직접 문제를 찾아 해결해야 합니다. 그 경험을 통해 기술자가 가져야 할 책임감에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내가 가진 기술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기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더욱 깊이 느꼈습니다. 아마 지금 제가 기술을 나누고 봉사활동을 하는 데에도 그런 경험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게 기술력을 쌓아오던 중 2006년에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을 겪었는데, 당시 상황은?
오태옥 대표
“2006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믿었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연쇄적인 부도와 금전적인 어려움이 이어지면서 결국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모았던 재산도 잃고 큰 채무까지 떠안게 됐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힘들었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마음의 문제였습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고, 억울함과 절망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단순히 사업이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제 인생 전체가 흔들렸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Q. 그렇게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은?
오태옥 대표
“신앙이 큰 힘이 됐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오사리기도원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내며 기도했고, 그 과정에서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느냐’는 생각이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교만도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모든 것을 내 능력만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도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제 안에 하나의 생각이 자리 잡았습니다. ‘내가 잘나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해 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생각을 갖게 되면서 고객을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졌고, 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자세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Q. 사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오태옥 대표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가장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업이 잘될 때는 성공이 내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것을 잃고 나니까 결국 사람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면서 특별한 방법을 찾기보다 기본으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정직하게 일하고 약속을 지키고 고객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내가 맡은 자동차는 내 자동차라고 생각하고 정비했고, 그렇게 하루하루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조금씩 고객들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는 사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Q. 오 대표에게는 ‘재기’라는 것은 단순히 사업을 다시 일으키는 것 과는 다른 의미인 것 같은데?
오태옥 대표
“그렇습니다. 저는 재기가 단순히 돈을 다시 버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신뢰를 다시 얻는 것이 진짜 재기라고 생각합니다. 돈은 잃었다가 다시 벌 수도 있지만 한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쌓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그 과정을 겪으면서 기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많이 배웠습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내가 하는 일에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는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오래 신뢰받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에는 자동차 정비뿐 아니라 친환경 기술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오태옥 대표
“자동차 정비를 오래 하다 보니 환경 문제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정비 현장에서는 많은 부품과 소모품이 사용되고 또 폐기되는데, 그렇다면 정비업에서도 자원을 조금 더 오래 사용하고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생각에서 친환경 배터리 수명 연장 기술과 고효율 케미컬 제품 개발 등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친환경 기술은 꼭 거창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기존에 버려지는 것을 줄이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조금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환경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비업 역시 시대의 변화에 맞춰 환경을 생각하는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봅니다.
 
 
Q. 최근 기업 경영에서 ESG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ESG는 무엇인가?
오태옥 대표
“저는 ESG를 그렇게 어려운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돈을 버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벌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을 생각하고 직원과 고객을 생각하며 지역사회와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것이 결국 기업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기업이 사회와 떨어져서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었다면 그만큼 사회에 다시 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ESG는 별도의 경영전략이라기보다 기업이 오랫동안 지속하기 위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에 가깝습니다”
 
 
Q. 그런 생각이 해외 환경 및 봉사활동으로도 이어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오태옥 대표
“그렇습니다. 현재 필리핀 정부 기관과 현지 단체들과 협력해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 자동차 기술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기술이 저 혼자만 가지고 있다가 끝날 기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자가 평생 배우고 경험한 기술을 자신만 가지고 있는 것보다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는 것이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자동차 정비를 통해 살아갈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제가 가진 기술과 경험을 다시 사회에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난 7월 제24회 대한민국 환경문화대상에서 환경문화봉사대상을 수상하셨다. 수상 당시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나?
오태옥 대표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더 컸습니다. 제가 대단한 일을 했기 때문에 받은 상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동안 제가 해온 환경과 봉사활동을 좋게 평가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을 받았다는 기쁨보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보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Q.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사업을 해 오신 대표님께서 요즘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은?
오태옥 대표
“제가 젊은 사람들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부모님께 잘하라는 것입니다. 부모님을 공경하고 효도하는 마음이 중요하고, 저는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자신이 하는 일을 정말 열심히 하라는 것입니다.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저도 48년 동안 자동차만 만졌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경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저에게 가장 큰 자산이 됐습니다. 한 분야에서 오래 버티고 자기 일을 제대로 해낸 경험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Q. 오 대표님이 지향하는 ‘비손모터스’의 앞으로의 모습은?
오태옥 대표
“자동차를 잘 고치는 회사인 것은 기본이고, 고객이 믿고 찾을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여기에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정비공장 2층에 그림을 걸어놓은 것도 같은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자동차만 고치는 곳이 아니라 사람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 역시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잃어보기도 했고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제가 가진 기술과 경험을 저만을 위해 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것이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비공장에 들어선 거장의 예술세계…해산(海山) 최수식 화백, 한국화의 경계를 넓히다.
 
비손모터스 2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다. 벽면을 장식한 그림과 그 그림이 만들어내는 묵직한 예술적 분위기다. 자동차 정비공장이라는 공간의 성격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의 풍경이지만, 작품 앞에 잠시 머물러 보면 이곳에 왜 해산(海山) 최수식 화백의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최수식 화백은 동양화의 전통적 맥락을 바탕으로 남종화와 북종화를 두루 익힌 뒤 서양화까지 공부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확장해 온 한국 화단의 거장이다. 최 화백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으며, 10세 무렵 의제 허백련 선생에게 사사했고 이후 이당 김은호 화백에게 그림을 배웠다. 특히 남종화와 북종화라는 동양화의 양대 흐름을 두루 익힌 뒤 서울대 서양화과에 진학하면서 동양과 서양의 회화적 표현을 함께 탐구하는 길로 나아갔다.
 
그의 예술 인생에서 프랑스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된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재학 시절 한·일 협정 반대 학생운동으로 수감된 뒤 프랑스로 향하게 됐고, 이후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미술 공부를 했다. 동양화의 전통을 스승들에게 배우고 서양미술을 직접 공부하면서 최 화백은 어느 한 장르에 머무르기보다 동서양의 회화적 언어를 자신의 화면 안에서 융합하려는 작업을 이어갔다.
 
이 같은 이력은 최수식 화백의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그의 작품세계가 특정한 화풍 하나에 갇히기보다 동양화의 전통적인 필묵과 서양미술의 표현 방식을 함께 탐구하는 방향으로 확장돼 왔다는 점 때문이다. 최 화백의 세계적인 작품으로는 ‘일월오봉도’와 ‘청록산수’ 등 전통적 소재와 산수의 미학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려는 작업이 소개되고 있으며, 동양화의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표현 영역을 개척해 온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최 화백의 작품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전통적 소재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안에 상징과 의미를 더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소개되는 ‘일월오봉도’는 조선시대 왕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상으로, 해와 달, 다섯 봉우리, 소나무와 물을 통해 왕의 덕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 화백은 이처럼 오랜 역사와 상징성을 지닌 소재를 자신의 화면으로 끌어들여 전통의 의미를 오늘의 관람객에게 다시 보여주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해외에서의 작품 소개 및 소장 이력이다. 여러 국내 매체는 최수식 화백의 작품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스페인 피카소 박물관, 일본 우에노 박물관, 미국 카네기홀 등에 소개되거나 소장·전시돼 있다. 루브르에는 ‘혈마도’, 대영박물관에는 ‘미녀와 소’, 피카소 박물관에는 ‘호랑이’, 우에노 박물관과 카네기홀에는 ‘악녀’가 전시돼 있다.
 
이 가운데 ‘혈마도’는 최수식 화백의 예술 인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최 화백은 프랑스에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던 시절 자신의 피를 이용해 말을 형상화한 작품을 제작했고, 이 작품이 ‘혈마도’다. 작품의 탄생 배경 자체가 작가가 겪어온 시대적 굴곡과 예술에 대한 집념을 함께 보여주는 일화로 소개되고 있다.
 
결국 최수식 화백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작품이 어느 장소에 전시됐느냐는 사실만은 아니다. 어린 시절 허백련과 김은호에게 동양화의 전통을 배우고,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으며, 프랑스에서 새로운 예술세계를 경험한 한 작가가 자신의 삶과 시대적 경험을 바탕으로 동서양의 미학을 하나의 화면 안에서 끊임없이 융합해왔다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비손모터스 2층에 전시된 최수식 화백의 작품들은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바라보기 어렵다. 한 작품 한 작품에는 오랜 세월 축적된 작가의 경험과 전통에 대한 이해, 그리고 새로운 표현을 향한 도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웅장한 대작에서는 화면을 장악하는 힘이 느껴지고, 작은 작품에서는 섬세한 필치와 압축된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 작품의 세부를 바라보면 붓끝의 움직임과 색의 층위가 드러나고, 한 걸음 물러서면 작품 전체가 만들어내는 조형적 울림이 다시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거장의 작품이 미술관이나 화랑이 아닌 자동차 정비공장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래층에서는 엔진과 부품을 점검하고 차량의 문제를 찾아내는 기술이 펼쳐지고 있지만, 한 층 위에서는 수십 년의 예술 인생을 거쳐온 작가의 작품과 마주할 수 있다. 기계와 예술, 기술과 감성이 한 건물 안에서 공존하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오태옥 대표가 이 공간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를 맡기고 기다리는 고객들이 단순히 정비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좋은 작품을 감상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의 중심에 한국 화단의 거장(巨匠) 최수식 화백의 작품을 선택함으로써 비손모터스는 일반적인 정비공장의 고객 대기실과는 다른 문화적 색채를 갖게 됐다.
 
정비공장의 2층이라는 다소 뜻밖의 공간에서 만나는 최수식 화백의 작품은 오히려 그 낯선 장소 때문에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자동차의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 아래층에서 펼쳐진다면, 위층에서는 예술이 사람의 감성과 시선을 붙잡는다. 자동차를 고치는 기술과 삶을 바라보는 예술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것이다.
 
해산 최수식 화백의 작품이 비손모터스 2층에 들어선 것은 단순한 전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의 작품이 정비공장의 기능적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곳은 자동차를 수리하는 장소를 넘어 예술을 만나고 잠시 일상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평생 붓을 놓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해산 최수식 화백의 작품이 있다. 정비공장의 기계음 사이에서 거장의 그림을 마주하는 순간, 비손모터스 2층은 더 이상 단순한 대기실이 아니라 한 작가의 인생과 예술을 만나는 작은 갤러리가 된다.
 
 
■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2층 갤러리를 둘러봤다. 처음에는 정비공장과 미술작품이라는 조합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오태옥 대표와 48년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에는 그 공간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단순히 정비를 기다리는 고객을 위한 휴게공간이 아니라 오 대표가 오랜 시간 현장에서 경험한 삶의 방식과 지금 기업을 바라보는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 대표의 이야기는 성공한 기업인의 화려한 이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세계 17개국을 다니며 기술을 전하고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현장을 지켰던 기술자로서의 시간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2006년 사업의 큰 시련을 겪으며 그동안 쌓아온 것을 잃고 다시 시작해야 했던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그 실패는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 이후 오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었다. 고객과의 신뢰를 이야기했고, 자신이 가진 기술을 환경을 위해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했으며, 오랜 현장 경험을 사회와 나누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정비공장 2층에 마련된 갤러리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 고객이 자동차를 맡겨놓고 기다리는 시간을 단순한 대기시간으로 보지 않고 문화와 휴식의 시간으로 바꾸려는 생각에서 시작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가치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평가받는다. 친환경 기술 개발이나 ESG 경영, 사회공헌 역시 한두 번의 활동만으로 그 의미를 판단하기는 어렵고 지속적인 실천과 구체적인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오태옥 대표와 비손모터스의 행보 역시 현재진행형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다만 48년 동안 자동차 정비라는 한 분야를 지켜온 기술자가 자신의 경험을 개인의 성취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고객과 환경, 문화와 사회를 향한 가치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눈여겨볼 만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오자 다시 정비공장의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었다. 차량을 점검하는 소리와 작업 현장의 모습은 여느 정비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 위층에는 조용히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자동차를 고치는 기술과 고객을 위한 문화공간, 환경을 생각하는 기술 개발과 이웃을 향한 봉사활동은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오 대표에게는 결국 자신이 가진 기술과 경험을 사람과 사회에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라는 하나의 생각으로 연결돼 있었다.
 
비손모터스의 변화는 단순히 정비공장에 그림을 걸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한 분야의 현장을 지켜온 기술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을 바라보는 방식과 기업의 역할을 다시 고민하고, 그 생각을 공간과 기술, 봉사라는 형태로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기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신뢰 역시 단기간에 얻어지지 않는다. 오태옥 대표가 걸어온 48년은 그 사실을 보여주는 시간이었고, 이제 그 경험은 자동차 정비라는 한 분야를 넘어 환경과 문화, 나눔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인터뷰=내외매일뉴스·내외매일신문 유신영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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